냄비들이 사는 사회
-『타인의 고통 』을 읽고
냄비근성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냄비근성이란 쉽게 끓어오르고 쉽게 식어버리는, 즉, 군중들이 빨리 끓어오르고 빨리 식는 현상을냄비에 빗대어 부르는 말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무언가에 쉽게 열광하고 쉽게 지쳐버린다. 막말로 냄비들이 사는 사회이다. 드라마를 보면 악인들이 사건 사고를 일으키고 항상 하는 말인 “사람들은 한 달이면 잠잠해져. 모른 척하고 넘겨” 등의 대사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자극을 찾아 헤매는 유랑민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냄비근성과 이런 자극 추구는 상당히 밀접한 연관이 있다. 더 큰 자극을 추구하고 이에 따라 약한 자극들은 쉽게 잊힌다.
『타인의 고통』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어떤 분쟁을 주요하다고 의식하도록 만들려면, 이제는 그 분쟁을 다룬 단편적인 필름들을 일상적으로 확산시켜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 문장은 특정 사건에 대한 관심을 지속하려면 언론이나 매체에서 자주 언급해야만 사람들이 관심을 둔다는 뜻이다. 최근 경북 봉화군에 위치한 광산이 붕괴하여 광부들이 광산 내에 고립된 사건이 발생하였다. 그러나 언론과 뉴스들은 이태원 핼러윈 사건만을 중점으로, 경쟁적으로 보도하였고, 광산 붕괴는 이런 언론의 움직임에 의해 대중의 관심 밖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또한, 마케팅 용어 중에 이런 단어가 있다. “바이럴 마케팅” 이는 바이러스(virus)의 형용사형으로 감염시키는, 전이되는 이라는 의미이다. 즉, 바이러스가 전염되는 소비자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물건에 대한 홍보성 정보가 끊임없이 전달되도록 하는 마케팅이다. 인스타그램이나 여러 SNS를 보다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 게시물 뒤에 홍보성 정보 혹은 광고를 넣는 등의 마케팅을 사용한다. 이처럼 사회 이곳저곳에 “분쟁의 세뇌”가 퍼져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진 산업은 곧 충격이 소비를 자극하는 주된 요소이자 가치의 원천이 되는 것이 정상적이라고 여겨지게 된 문화의 일부가 됐다. 아름다움은 발작적인 것이 될 것이다.”라고 앙드레 브르통이 선언했다고 한다. 셀카를 찍기 위해 목숨을 건 사람들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한때, 뉴스에 등장하였던 셀카를 찍다가 죽은 사람들은 이 선언의 대표적 예시이다. 달려오는 기차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위해 철도에서 기다리다 목숨을 잃은 사람들, 아슬아슬 절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다가 추락사 한 사람 등 사람들은 아름다운 사진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희생했다. 게다가 이런 “목숨 셀카”는 한때 유행이 되기도 했다. 사진,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는 “자극”을 찾기 위해 무척 상기되어있다. 기자 + 쓰레기의 합성 용어인 기러기는 현대의 자극을 대표하는 단어이다. 더욱 자극적인 제목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만, 실제 내용은 딴 내용이거나 시시하게 끝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또한, 점점 매워지는 라면들도 이런 자극을 추구하는 현상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국내 판매량 Top 5 라면들의 스코빌지수를 비교한 내용에서 1등인 핵불닭볶음면 미니는 12000 SHU나 된다고 한다.
최근 논란이 된 spc브랜드들의 불매운동도 냄비근성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우리는 많은 냄비 근성들을 겪어왔다. 독도 문제, 남양유업, 옥시 등 기업의 불매 운동, 혹은 게임의 유행(포켓몬 Go) 등의 냄비 근성을 대표하는 예시들은 현재 우리 사회가 얼마나 쉽게 가열되고 쉽게 식는지를 보여준다.
인덕션은 열효율이 높아서 물이 빠르게 끓고 빠르게 식는다고 한다. 그러나 가스레인지는 열효율이 낮아서 끓기에 오래 걸리고 식는데도 긴 시간이 걸린다. 우리는 우리 마음의 부엌에 무엇을 설치해야 할까? 인덕션일까, 가스레인지일까? 사람들이 마음속에 인덕션이 아닌 가스레인지를, 냄비가 아닌 뚝배기를 품고 사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제가 지난 학기 글쓰기 수업을 수강하며 작성했던 <타인의 고통>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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